김희정 감독은 작품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홀로 남겨진 한 여자와 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받아들여 가는 과정을 담았어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거나 비슷한 일을 겪은 분들은 굉장히 공감하시면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희정 감독
영화는 김애란 작가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처음 책을 받았을 때를 회고했다. 2017년 김애란 작가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수록된 소설집 『바깥은 여름』을 줬는데, 그것을 받은 곳이 우연찮게도 폴란드의 바르샤바였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2020년 제작자의 권유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다시 읽게 됐고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감독에겐 외국 경험이 많았고, 어느 도시에서 촬영을 해야 할지도 눈에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한 마디의 ‘말’이었다. 지은의 편지에 사모님 연락처를 알 수 없어서 지용이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았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말 한 마디에 주인공 해수가 떠올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화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또 “김애란 작가의 팬”이라며 “원작의 말이 너무 좋았고, 특히 ‘편지’의 글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그 편지들을 잘 살리고 싶었고, 편지를 쓰고 전하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폴란드 바르샤바와 한국의 광주, 두 도시에서 촬영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는 광주 시민들에게 익숙한 장소들이 여럿 나온다. 김 감독은 “한국 분량은 전부 광주에서 촬영했다”며 “광주 시민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주인공 해수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옛 전남도청 광장을 질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은 사진, 기록,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접한 분들이 많아서 익숙하실 거예요. 바로 전일빌딩 옥상에서 찍었거든요. 새벽에 찍었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굉장히 큰 상처와 아픔이 있는 곳인데, 지금은 아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일상적인 곳으로 변한 점이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어요.”
그는 광주를 드라마틱한 도시라고 표현했다. 과거의 아픔, 역사가 된 상처를 뒤로하고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간다. 이러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 장면의 의미가 남다르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애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 사회에는 애도를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어요.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제 그만 하라고 하죠. 애도의 방법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애도에 대한 방식, 속도 등이 다 달라요.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사회적 재난이 많잖아요. 같이 아파하고 이야기도 하고 공감해 주시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정 감독은 2007년 장편영화 ‘열세 살, 수아’로 데뷔했다. 이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설행_눈길을 걷다’, ‘프랑스 여자’ 등을 선보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